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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일보] 학업 중단하면 체류에 문제… 유학생 엄마는 양육을 포기했다

Writer. 주사랑공동체   /   Data. 2026-10-12   /   33
[닫히지 않는 베이비박스 17년의 기록]
<2> 베이비박스 찾는 외국인 산모들
사진=권현구 기자
사진=권현구 기자
2024년 7월 보호출산제 시행 후 지난 8월까지 서울과 경기도 군포의 베이비박스를 찾은 외국인 산모는 모두 12명으로 파악됐다. 보호출산제 이전 3년 동안 찾아온 외국인 산모는 7명이었는데 오히려 늘었다. 게다가 베이비박스를 찾아오는 국내 산모가 상대적으로 크게 줄어들면서 외국인 산모 비중은 더 가파르게 커졌다. 현장에선 유학생 증가 등 외국인 인구 자체가 늘어나는 영향도 작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

외국인 산모가 베이비박스를 찾아온 것은 대부분 사회적으로 고립(9명)된 상태였거나 경제적 이유(6명) 때문이었다. 주변으로부터 도움받을 곳이 없었고, 당장의 생계가 위협받는 상황이었다. 누구나 위기 임산부 상담전화를 이용할 수는 있지만, 상담 이후 실질적 지원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외국인은 보호출산제 대상도 아니다. 이 때문에 베이비박스를 제외하곤 사실상 의지할 곳이 없는 상황이다. 출생신고와 입양 절차를 알아보기에는 의사소통(5명)에도 한계가 많았다.

급격히 늘어난 ‘유학생 엄마’들
이 기간 베이비박스를 찾은 외국인 산모 12명 가운데 4명은 유학생 신분이었고, 비교적 최근에 집중됐다. 외국인 유학생 A는 한국인 남성을 만나 임신하게 됐다. 임신 사실을 알리자 아이 아빠도 ‘같이 키우자’고 약속했다. 그렇게 A는 한국에서 학업을 지속하며 출산을 기다렸다. 그러나 굳은 약속을 했던 아이 아빠는 어느 순간 연락이 끊겼다. 아이 아빠 말고는 임신 사실을 털어놓을 사람도 도움을 받을 곳도 없었다. 유학 때문에 떠난 터라 본국에 있는 부모에게도 사정을 알릴 수 없었다.

뱃속의 아이는 점점 부담으로 다가왔다. 한국 체류비용과 학업에 매달리는 것도 이미 버거운 상태였다. A는 도움을 받기 위해 마지막으로 베이비박스를 찾았다. 출생신고 후 양육을 할 수 있는 방법을 안내받았지만 A는 상담 내내 눈물만 흘렸다. 도무지 자신이 없었다. 아이가 자신과 사는 것이 행복하지 않을 것이란 생각에 끝내 양육을 포기했다. 훗날 아이가 자신의 출생을 알게 될 경우를 대비해 본국 가족의 연락처와 주소를 남기고 베이비박스를 떠났다. 아이는 베이비박스를 거쳐 결국 시설로 보내졌다.

또 다른 외국인 유학생 B도 병원에서 출산한 직후 베이비박스를 찾아왔다. 임신 사실을 뒤늦게 알게 돼 충분히 준비하지 못했고, 경제적으로도 어려운 상황이었다. 함께 국내에 체류하던 외국인 친부는 양육 의사가 있었지만, B는 학업 중단 등을 우려해 결국 양육을 포기했다. 외국인 유학생 C도 학업을 이유로 직접 양육하기 어렵다고 토로했다. 본국 가족에게는 출산을 알릴 수 없었고, 형편상 가족이 도움을 주기도 어려웠다. 결국 아이를 포기했다.

외국인 유학생 4명 중 3명은 결국 양육을 포기했는데, 이는 ‘체류자격’과도 무관치 않다. 유학비자로 입국했는데 학업을 중단할 경우 체류자격에 변동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원가정으로 아이를 데려간 외국인 유학생의 경우 본국 가족에게 출산 사실을 알린 뒤 도움을 받은 경우였다.

전민경 사단법인 온율 변호사는 “외국인 유학생의 경우 학업을 전제로 비자를 받았기 때문에 예기치 못한 임신과 출산으로 학업을 계속하지 못하게 되면 체류 자체가 막힌다는 두려움이 있다”며 “복잡한 상황에서 실질적인 도움을 받을 수 없다면 상담 자체에 진입할 유인이 없고, 계속해서 그림자처럼 숨어 지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가장 취약한 임산부들
위기임신보호출산법은 경제적·심리적·신체적 사유 등으로 인해 출산 및 양육에 어려움을 겪는 여성(임신 중이거나 분만 후 6개월 미만)을 위기 임산부로 정의한다. 베이비박스를 찾아온 외국인 임산부들은 전형적인 위기 임산부였다. 사회적 지원이 부족한 상황에서 경제적 문제가 겹친 경우가 많았다.

외국인 미혼모 D는 새벽에 갑작스럽게 병원 밖에서 자가분만을 했다. 비용 문제로 임신 중에 한 번도 산부인과를 간 적이 없어 임신 사실조차 제대로 몰랐다. 자가분만 후 통증을 호소하며 베이비박스로 찾아왔다. 다른 외국인 산모 E는 직접 양육할 의사가 있었지만 직장생활을 하고 있어 낮 시간에 잠시 아이를 맡아줄 곳을 찾고 있었다. E는 베이비박스가 유료로 운영되는 보육시설로 잘못 알고 찾아온 경우였다.

외국인 산모들은 의사소통에도 큰 어려움을 겪었다. E는 양육 의사가 있었음에도 아이의 출생신고를 하지 않고 있었다. 출생신고 방법을 몰라서 그랬다. 한국어가 서툴러 의사소통이 원활하지 않은 상황이었다. 미혼모 F는 지인으로부터 성폭력을 당했지만 두려움 속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경우였다. 임신 사실을 뒤늦게 깨달았을 때는 임신 중절이 불가능한 상태였다. 우울감과 불안 등 정서적 문제를 크게 겪고 있었고, 경제적 상황도 어려워 결국 아이를 베이비박스에 맡겼다.

이렇게 베이비박스로 흘러온 외국인 산모의 아이들은 결국 대부분 시설로 보내졌다. 해당 기간 베이비박스에 보호된 외국인 아동 12명 가운데 7명이 그랬다. 입양 절차를 밟기 위해선 본국의 협조가 필수적인데, 대사관을 통해 연락을 시도해도 연결이 잘 되지 않았다. 본국 대사관에 입양 절차를 문의했지만 도움을 줄 수 없다는 답변을 받았다는 경우도 있었다.

베이비박스 관계자는 “한국 남성과 결혼한 외국인 여성이 아닌 경우 보호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공적 체계에서 보호받지 못하고 베이비박스나 민간단체 지원에 기댈 수밖에 없다”며 “의사소통 자체가 어려운 경우가 많아 사회적으로도 고립된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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