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보도

 

언론에 비친 주사랑공동체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 소식 >언론보도

[오마이뉴스] 20년 전 얻은 딸아이... 한국은 아이에 대한 예의가 없다

Writer. 주사랑공동체   /   Data. 2026-05-20   /   36
[보이지 않는 아이들] 탈시설 성공한 선진국들... 한국도 아이들이 가정에서 자랄 수 있도록 도와야
▲  이 아이가 만약 입양되지 않았다면이라는 상상은 입양돼서 다행이다라는 안도감과 함께 시설에 사는 아이들은 왜 시설에 사는가라는 의문으로 이어졌다.
ⓒ 챗gpt

내가 시설에 관심을 가지게 된 이유는 입양한 딸아이 때문이었다. 신기하게 나뿐 아니라 입양한 부모들 대부분이 
만약 이 아이가 입양되지 않았다면이라는 상상을 한 번씩은 하게 된다는 사실을 입양부모들과 교제하면서 알게 되었다. 
그 생각 끝에는 늘 시설이 있었다.

입양 부모들의 이런 공통된 정서가 자연스럽게 형성되는 이유가 궁금했다. 
나는 입양에 앞서 낳은 아들이 하나 있는데 둘 모두에게 가지는 
자식을 향한 측은지심은 조금도 차이가 없다는 사실을 아이를 키우면서 알게 되었다.

하지만 낳은 것과 입양한 것은 엄연히 출발이 다르다. 경험해 보니 자식은 분명 기르는 정이 확실한데 
출발이 달라서 생기는 마음의 결까지 굳이 무시하고 외면할 이유는 없었다. 
그걸 부정하는 건 오히려 아이 생의 정체성을 부정하는 것과 같았다.

이 아이가 만약 입양되지 않았다면이라는 상상은 입양돼서 다행이다라는 안도감과 함께 
시설에 사는 아이들은 왜 시설에 사는가라는 의문으로 이어졌다. 
한국 사회의 시설보호율이 가정보호율을 앞서는 구조적 원인이 여러 개 존재하겠지만 
거기에는 돈이라는 변수도 크게 작용하지 않을까 하는 강한 의문도 있었다.

서구의 탈시설화, 두 개의 냉정한 근거 때문

먼저 보호아동의 탈시설화를 완성한 서구 사례부터 찾아보았다. 
영국의 시설보호 비용이 가정 위탁 비용의 4배라는 사실을 
공식보고서에 명시한 해는 1961년이었다. 
 
국가가 더 비싸고 해로운 방식을 선택하고 있었다는 자기고백이었다. 
영국 탈시설화의 출발점이었다.

그로부터 65년 후인 2026년 한국에는 아직 그런 고백이 없다. 아이 한 명을 시설에 보호하는 비용이 얼마인지, 
위탁가정과 비교하면 얼마가 절약되는지 공식 집계한 통계는 아예 없다. 
 
그러니 비교가 없고, 비교가 없으니 이어지는 질문도 없다. 
그저 그동안의 관행대로 막강한 시설보호율을 유지하고 있을 뿐이다.

영국을 포함한 서구권 국가들이 20세기 중반부터 탈시설화를 추진한 이유는 무슨 거룩한 이념적 선택만은 아니었다. 
두 개의 냉정한 근거로부터였다. 
 
그것은 안에 있을 때의 보호비용과 밖으로 나왔을 때 범죄율로 대표되는 사회적 비용 때문이었다. 
아무리 계산기를 두들겨 봐도 시설보호는 아이들에게도 국가에게도 손해만 끼치고 있었다.

영국 국가감사원 2013년 보고서에 따르면, 
시설보호 아동 1인당 연간 비용은 지금 환율로 약 2억 5800만~2억 6600만 원에 달한다. 
반면 가정위탁은 약 5700만~6500만 원으로 시설과 4.5배 차이가 난다. 
 
유니세프에 따르면 이탈리아의 경우 
시설보호 아동(이주민 및 난민) 1인당 하루 비용은 약 17만 원을 넘는다. 
가정위탁은 약 3만 9000~6만 3000원이 든다. 
시설 한 명의 예산으로 가정 위탁을 4명까지 늘릴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또한 호주 빅토리아주의 아동·가족 비영리단체 앵그리케어 빅토리아(딜로이트 액세스 이코노믹스에 의뢰)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가정 기반 보호를 강화하면 투자 1달러당 1.84달러의 사회적 이익이 발생한다. 
 
시설 출신 아동이 성인이 되어 사회 부적응, 범죄, 의료비 지출로 발생시키는 장기 비용까지 포함한 계산이다. 
지금 아끼는 것이 나중에 더 큰 비용이 된다는 뜻이었다.

다음은 범죄율이다. 영국 아동위원회 보고서에 따르면, 
가정외 보호 경험이 있는 아동의 52%가 24세 이전에 범죄 전과를 가진다. 
가정외 보호 경험이 없는 아동 13%의 4배다.

미국에서는 이 현상을 시설-감옥 파이프라인이라 부른다. 
그룹홈 거주 아동은 가정 위탁 아동보다 사법 시스템과 마주칠 확률이 2.5배 더 높았다. 
시설을 퇴소한 청년의 25%가 퇴소 후 2년 이내에 사법 시스템에 연루된다.

▲  시설감옥파이프라인
ⓒ AI 인포그래픽

전문가들은 이 수치의 원인을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구조적 요인에서 찾는다. 
시설에서는 관리자 한 명이 다수의 아동을 돌봐야 한다. 
개별 아동의 정서적 욕구에 즉각적으로 반응하는 일대일 애착 형성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

시설 종사자는 교대 근무를 하고 이직도 한다. 아이에게는 보호자가 언제든 사라질 수 있다는 불안이 반복적으로 새겨진다. 
정해진 일과표와 집단 통제 중심의 운영 방식은 가정에서 자연스럽게 익히는 사회성과 경제관념과 인간관계를 배울 기회를 박탈한다. 
그 결핍이 발달과정의 퇴행을 불러오고, 범죄에 취약해지며 사회적 고립으로 이어진다.

영국은 1960~1970년대 시설보호 비율이 40%대였지만, 현재는 10~12%로 낮췄다. 
또한 미국은 11~12%로, 호주는 6%로 끌어 내렸다. 
 
이는 인도주의적 결단이기도 했지만 동시에 사회 경제적 합리성의 선택이기도 했다. 
그 시설조차 1~2년 이내의 일시적 단기보호 형태다. 
 
특히 호주의 경우 1990년대 이후 대부분의 대규모 수용 시설을 폐쇄해 버리는 강력한 탈시설화를 감행했다.

다시 한국으로 돌아오자. 우리나라에서 부모를 잃거나 부모로부터 양육이 포기된 아동이 보호받는 순서는 
2025년 비준된 헤이그국제아동입양협약(이하 헤이그협약)의 보충성 원칙을 따른다. 
 
협약은 아동이 가정 환경에서 성장해야 한다는 점을 최우선으로 한다. 
순서는 원가정보호-국내가정-국제입양 순이다. 
 
헤이그협약은 근원적으로 시설보호를 적절한 대안으로 보지 않는다. 
우리나라에서 수치스럽게 생각하는 해외입양보다도 후순위로 밀릴 만큼 시설보호에 대한 국제적 원칙은 엄격하다.

이는 국내법과 국가정책에서도 분명하다. 
아동복지법은 가정 보호 최우선으로 명시하고 
 
시설보호는 가장 최후에 고려해야 할 예외적 수단으로 규정한다. 
이를 순서대로 나열하면 입양→가정위탁→그룹홈→ 아동양육시설 순이다.

하지만 현실에서의 보호유형별 순서를 나열하면 명확하게 명시되고 규정된 법률과는 정반대 방향으로 귀결된다. 
보건복지부 발표자료 등에 포함된 보호유형별 비율을 살펴보면 
시설(약 40~50%)→가정위탁(약 25~35%)→그룹홈(약 15~18%)→입양(약7~9%) 순이다.

추산해 보면 1인당 월 공공지출 비용으로 봐도 시설이 130~170만 원으로 가장 많고 
그다음이 공동생활가정 즉 그룹홈으로 80~110만 원이 소요된다. 
그다음으로 가정위탁이 60~90만 원, 마지막으로 국내입양이 30~60만 원이다.

쉽게 말하면 우리는 법에 명시된 보호 순서 중 가장 최후의 선택인 시설을 가장 최선의 선택으로, 
가장 최선의 선택이어야 할 가정 보호를 가장 최후로 하는 역선택의 모순적 구조다. 
더군다나 이 어리석은 구조를 유지하기 위해 비싼 비용을 수십 년 동안 지불하고 있으면서도, 
그 액수조차 공식적으로 집계되지 않는다.

앞서 설명했던 영국의 경우 시설보호 비용이 가정위탁 비용의 4배에 달한다는 공식 보고서가 제출된 해가 1961년이다. 
반세기가 지난 2012~2013년 기준으로도 이 격차는 좁혀지지 않았다. 
 
영국의 시설보호는 아동 1인당 13만 1000 ~ 13만 5000파운드(2억 2700만~2억 2950만 원)가 드는 반면 
가정 위탁은 2만 9000 ~ 3만 3천 파운드(4930만~5610만 원)다. 4.5배 차이다.

국가는 아이가 새로운 가정 안에서 행복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  시설 중심의 보호관행을 바꿔야 한다
ⓒ 챗gpt

그럼 우리나라는 왜 가장 비싼 비용을 지불하면서 가장 최후의 방식을 선택하는가. 
이유는 하나가 아니다. 구조적으로 여러 겹으로 얽혀있다. 
 
첫째는 정부이양사업이라는 굴레다. 
2005년 중앙정부는 지방분권이라는 명목으로 아동복지사업의 상당 부분을 지자체로 넘겼다.

장애인 거주시설과 노인 시설 예산은 2013년 중앙정부로 환원됐지만 아동양육시설 운명비는 지금도 지방 사무다. 
재정자립도가 낮은 지자체일수록 아동복지 예산 확보가 어려워진다. 어떤 지자체의 아이인가에 따라 보호의 질이 달라진다.

다음은 시설 법인의 구조적 이해관계다. 과거 국가가 아동보호 인프라를 직접 구축하지 못했던 시절 
민간 법인에 전적으로 의존하면서 시설 중심 인프라가 공고해졌다. 
법인들은 수십년간 굳어진 운영시스템과 종사자를 보유하고 있다. 
아동의 가정형 보호 전환시 시설 폐쇄와 인력 감축에 대한 구조적 저항이 발생한다. 
이는 법인의 탐욕보다는 시스템이 만들어낸 결과다.

마지막으로 뿌리 깊은 공무원의 업무 구조에 있다. 
기본적으로 우리나라 공무원 조직은 2년을 기준으로 하는 순환근무가 원칙이다. 
 
업무의 전문성과 장기적 연관성을 기대하기 어렵다. 
그런 구조하에 거의 70년 가까이 시설보호 중심의 업무 관행이 구조화되어 있다.

담당 공무원에게 가장 익숙한 보호아동의 보호업무는 시설에 거는 전화 한 통으로 손쉽게 마무리되었다. 
그러기를 수십 년을 이어오다 2020년 아동보호전담요원제가 도입되면서 조금씩 변화의 양상을 보이고 있지만 
여전히 시설보호 중심의 업무 관행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럼에도 2023년 기준 전국 아동양육시설 243개소의 정원 충족률은 66.4%였다. 
정원의 1/3이 넘게 시설이 비어 있지만 
빈 자리에도 운영비와 인건비와 육중한 건물 유지관리비는 지출된다. 
아이는 줄었지만 고정된 시설 인프라는 줄어들지 않는다.

그 예산이 전문위탁 가정 양산이나 위탁 수당 현실화에 사용되었다면 
아이들의 가정보호율은 지금보다 훨씬 높아졌을 것이다. 
이를 현실화해야 한다. 시설 중심의 보호관행을 바꾸기 위한 정부의 실질적인 변화가 가시화 되어야 한다.

영국과 미국과 호주의 탈시설 성공요인은 세 가지다. 비용을 투명하게 비교 공개했다. 
그 중 가장 저렴하면서 효율적인 보호 유형이 무엇인지를 직관적으로 파악했다.

다음으로는 위탁부모를 봉사자가 아닌 전문직으로 인정하고 처우를 현실화했다. 
전체 위탁가정의 90% 정도가 혈연위탁가정으로 운영되는 한국의 위탁제도는 10%의 비혈연위탁 가정의 선의에 의존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예산을 가정형 보호 지원으로 재분배하는 정책적 결단을 내렸다.

한국이라고 다를 바 없다. 우리도 통계를 공표하고, 국내입양을 활성화하는 한편 위탁가정의 처우를 개선하고, 
가정형 보호에 예산과 정책을 집중해야 한다. 아동보호 사업을 지방에서 중앙으로 다시 환원하고 
아이들이 어디에 있든 어디서 살든 똑같은 지원과 돌봄을 받아야 한다.

우리나라가 경제선진국이 되었다고 자랑만 할 게 아니다. 
가능한 모든 아이들이 원가정에서 안전하게 자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야 한다. 
그럼에도 그럴수 없는 형편의 아이들은 새로운 가정 안에서 자랄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그것은 우리가 국제사회에 한 약속이다. 이는 문명국가로서 아이들에 대한 그것도 부모 없는 아이들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다.

20년 전 나는 입양으로 딸을 얻었고 한순간에 엄마가 사라져 버렸던 내 딸은 새로운 엄마의 품에 안겼다. 
그 딸이 이젠 세월이 흘러 이른 직장 생활을 하는 어엿한 어른으로 자랐다. 
지금도 가끔씩 엄마가 딸의 침대로 가서 서로 끌어안고 잠든 모습을 보노라면 나는 또 긴 안도의 한숨을 짓는다.

그 긴 한숨의 가치가 얼마인지 나는 알 수 없다. 
하지만 나는 그 안도의 한숨 속에 담긴 사랑만큼은 결코 돈으로 계산될 수 없는 성질이라는 것을 안다. 
그건 분명 돈과는 차원이 다른, 한 사람의 모든 생을 관통하는 삶의 정수다.

덧붙이는 글 |<주요 출처>
· 보건복지부 인건비 가이드라인(2018·2024), 보장시설 생계급여 단가 역산 추산
· 영국 National Audit Office, 「Children in care」(2013) ? 위탁 vs 시설 비용 비교
· UNICEF, 「Residential care costs up to three times more than foster care」
· 조선대 DEA 분석, 「7대 도시 아동양육시설 효율성 비교 연구」(2021년 기준)
· 보건복지부 보호대상아동 현황보고 (2021·2023), e-나라지표
· 호주 AIFS, 「The socio-economic case for extending the age of leaving out-of-home care」
· 참여연대 월간복지동향, 「아동초기보호체계와 특수욕구아동의 인권」(2024)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