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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먼타임즈] 이종락 목사가 말하는 베이비박스, “태어나줘서 고마워”

Writer. 주사랑공동체   /   Data. 2022-07-15   /   Hit. 1592

2007년 봄, 그날은 꽃샘추위였다. 새벽 3시20분 주사랑교회로 한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교회 앞에 아이를 갖다 놓았다는 전화였다. 깜짝 놀라 교회문을 열고 나가니 고양이 한 마리가 박스에서 뛰쳐나왔다. 생선을 담는 아이스박스였다. 아이스박스 안에는 갓 태어난 아기가 있었다. 아이를 안았는데 저체온증으로 몸이 차가웠다. 섬뜩했다. 시체를 안은 듯 했다. 다운증후군을 가진 아기였다.

베이비박스를 만들게 된 계기를 묻는 질문에 이종락 주사랑교회 목사는 2007년 봄을 떠올렸다.

베이비박스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이종락 목사. (사진=우먼타임스)
베이비박스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이종락 목사. (사진=우먼타임스)

베이비박스는 불가피한 사정으로 아이를 키울 수 없는 미혼모, 미혼부가 아기를 두고 가는 곳이다. 2010년 만들어져 지금까지 우리나라 두 군데에서 운영 중이다.

“2008년 9월 체코에서 베이비박스를 운영한다는 기사를 보고 굉장히 반가웠습니다. 그 때 베이비박스를 수입해 아이들을 살리겠다고 마음먹었어요.”

이종락 목사는 베이비박스를 놓으며 “하나님, 이 베이비박스에 아이들이 안 들어오게 해주세요. 다만 베이비박스가 아니면 죽을 수 밖에 없는 아이들을 위해 주님이 문을 여닫아주세요”라고 기도했다.

◇ 모세의 기적, 지켜진 아이

“2010년 3월 첫 아기가 베이비박스에 들어왔어요. 얇은 수건 한 장이 덮여있었고 탯줄도 그대로 달려 있었어요. 아기의 이름은 ‘모세’로 지었습니다.”

성경에 나오는 모세. 모세는 작은 상자에서 구원받았다. 모세는 현재 다른 교회 목사님이 입양해 잘 자라고 있다고 했다. 그렇게 베이비박스는 모세를 살렸다.

베이비박스에서 지켜진 아기들은 지금까지 얼마나 될까.

“베이비박스는 군포의 새가나안교회와 서울 관악구 주사랑교회 이렇게 두 군데 있어요. 부산, 제주, 여수 등 전국 각지에서 베이비박스를 찾아 이곳으로 옵니다. 2022년 1월부터 3월까지 베이비박스로 온 아이들은 월 평균 11명이었습니다. 어제 온 아기 2명을 포함해 지금까지 베이비박스로 온 아기는 1995명이네요.”

입양특례법 이후 베이비박스로 오는 아기들의 수는 더욱 많아졌다. 이 목사는 입양특례법이 오갈 곳 없는 아이들을 더욱 사각지대로 밀어 넣는다고 했다.

“2012년 입양특례법 개정으로 입양이 신고제에서 허가제로 변경됐습니다. 그러면서 입양에 앞서 출생신고를 의무화하도록 하는 등 규정이 까다로워졌고 가정법원의 허가가 있어야 입양이 되죠. 입양기간도 기존 3~4개월에서 1년까지 길어졌습니다. 입양 장벽이 더 높아진 것이죠.”

“출생신고를 할 수 없는 국민들도 있습니다. 그런 국민들을 보호할 수 있는 안전장치도 법으로 마련되어야 하는데 이들은 법의 사각지대로 밀려나고 있습니다.”

실제로 2012년 8월 입양특례법 개정 이후로 베이비박스로 오는 아이들도 한달에 2~3명에서 많게는 20~25명까지 늘었다. 한 달 동안 가장 많이 들어왔던 때는 260명까지 됐다.

“외도 사이에서 태어나는 아이들은 남편이 동의해야 입양할 수 있는데 보통 그렇지 않죠. 그래서 출생신고를 하기 어렵습니다. 또 전과 달리 법이 개정돼 미혼부도 출생신고를 할 수 있다 하지만 여전히 미혼부는 출생신고 시 제약이 많아 어렵습니다. 이외에도 근친상간 및 강간에 의해 태어난 아기들과 불법체류자 사이에서 태어난 아기들은 출생신고가 안됩니다.”

“출생신고가 되지 않은 아이들도 보호받을 수 있어야 하는데 정부가 그 역할을 못하고 있습니다. 출생신고 되지 않은 아기는 국민으로 취급받지도 못해요. 그러니 미혼모와 미혼부가 마지막으로 아이를 지키고자 찾는 곳이 베이비박스인 거죠.”

◇ 베이비박스에서 지켜진 아이들, 어디로 가나

베이비박스로 온 아이들은 어디로 갈까. 지난해 베이비박스가 보호한 아기는 113명인데 시설로 간 아기는 75명, 입양과 원가정으로 돌아간 아기는 각각 19명이었다. 인터뷰를 진행한 15일 주사랑교회에는 7명의 아기가 보호되고 있었고, 칠판에는 아기들의 이름과 ‘위탁’, ‘입양’, ‘시설’이라고 분류되어 있었다.

칠판에는 베이비박스로부터 보호된 아기들의 이름, 생년월일, 보호일, 진로가 적혀있다. (사진=우먼타임스)
칠판에는 베이비박스로부터 보호된 아기들의 이름, 생년월일, 보호일, 진로가 적혀있다. (사진=우먼타임스)

“베이비박스로 온 아기들의 16~17%는 입양을 갑니다. 또 16~17%는 원가정(위탁)으로 돌아갑니다. 즉 34% 정도의 아기들이 입양을 가거나 원 가정으로 돌아가는 거죠. 시설로 간 아기들 중에서도 다시 원가정으로 돌아가는 아기들이 많습니다. 시설로 보낼 땐 아이들의 DNA검사를 하고 보내기 때문에 다시 아기를 찾으려는 엄마들은 시설에서 아이들을 데리고 갈 수 있습니다. 다만 요즘은 경찰에서 아이를 다시 찾으려는 엄마들을 수사하고 검찰에 송치해 영아유기로 집행유예를 받은 사례도 있었죠. 처벌을 피하기 위해서는 아이를 되찾으러 가지도 못해요. 그래도 다행히 최근 베이비박스에 아기를 두고 간 엄마가 재판서 무죄 선고를 받는 판례가 생겼어요. 이 판례가 상당히 의미 깊다고 생각합니다.”

베이비박스를 찾은 미혼모, 미혼부는 보통 아기를 키울 여건이 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출생신고를 하지 못해 정부에서 미혼모 지원을 받을 수도 없다. 주사랑교회는 이들을 위해 분유, 기저귀 등 육아에 필요한 베이비키트와 쌀 등을 지원한다고 했다. 또 당장 살 집이 없는 사람들에게는 보증금을 지원해 월세방을 얻어주는 활동도 하고 있다.

“1년에 5억 정도 지원금으로 쓰입니다. 다행히 언론이나 영화, 다큐멘터리 등에서 미혼모 문제가 다뤄지면서 후원을 하겠다는 사람들이 늘었어요. 보통 교회 헌금, 후원, 봉사 등을 통해 베이비박스를 운영하고 엄마들을 돕고 있습니다.”

지난해 주사랑교회가 아기와 미혼모?미혼부를 위해 복지를 지원한 사례를 보면 △베이비 케어 키트 1348건 △출산지원 21건 △의료지원 57건 △법률지원 4건 △주거지원 8건 △생활비 지원 184건 등이다.

주사랑교회에서 운영하는 베이비박스는 우리나라에만 있는 형태로 ‘한국형 베이비박스’로 불린다. 어떤 점이 다를까.

“위기영아보호상담센터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게 다른 국가의 베이비박스와 다른 점이에요. 상담센터를 운영한 이후 베이비박스로 오는 아기들이 25%가량 줄었습니다.”

실제로 지난 2021년 1~3월 보호아기수가 43명이었던 것과 비교해 올해 1~3월 보호된 아기는 32명으로 줄어들었다.

“베이비박스 상담실로 찾아오는 엄마들은 전화로 미리 상담을 하는 경우가 많아요. 상담 후 미혼모가 베이비박스를 찾지 않고 원가정에서 아이를 키울 수 있도록 지원합니다. 아기들과 엄마에게 필요한 용품도 한 달에 한 번에서 두 번 지원하고 코로나19로 일하기 어려운 엄마들에겐 코로나 지원금도 따로 지원했습니다.”

“또 베이비박스로 찾아온 엄마들을 대상으로도 상담센터를 운영합니다. 임신 사실을 숨기기 위해 병원 외 공중화장실, 친구 자취방, 산, 여관 등에서 출산하는 경우도 많아요. 출산 후 하혈을 하며 베이비박스를 찾아오는 엄마들도 있습니다. 이 아기만큼은 꼭 살리겠다는 의지로 오는 거잖아요. 그래서 베이비박스는 엄마들이 아기를 갖다 버리는 곳이 아닙니다. 엄마들로 하여금 지켜진 곳이에요. 이들의 상처를 보듬어주고 들어주는 것도 상담센터의 역할입니다.”

주사랑교회의 보육 부문 직원이 아기를 돌보고 있다. (사진=우먼타임스)
주사랑교회의 보육 부문 직원이 아기를 돌보고 있다. (사진=우먼타임스)

◇ "태어나줘서 고마워"

다른 나라는 베이비박스를 어떻게 운영하고 있을까. 다른 나라의 사례에 대해 물어봤다.

“우리나라와 가까운 홍콩만 봐도 미혼모들에 대한 선지원이 이뤄져요. 출생신고가 되어있지 않은 아기에게도 280만 원정도 지원됩니다. 미국에는 베이비박스가 56개 있어요. 소방서, 파출소 등 관공서에 베이비박스가 있고 합법입니다. 베이비박스를 만들겠다고 하면 바로 만들 수 있어요. 미국의 한 소방관은 소방서 앞에 베이비박스를 만들었어요. 그도 베이비박스에서 지켜진 아이였습니다.”

“다만 다른 나라의 경우 위기영아 일시 보호에 집중하는 반면 저희는 아이들이 원가정에 복귀할 수 있도록 상담을 진행하고 있는 것이 특징입니다. 실제로 일본은 한국보다 2년 전 먼저 베이비박스를 운영했지만 ‘한국형 베이비박스’를 도입하고자 2019년 1월, 한국을 방문해 운영 방식을 보고 가기도 했습니다.”

실제로 베이비박스를 소재로 다룬 영화 ‘브로커’의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도 영화 제작에 앞서 2020년 1월 29일 주사랑교회를 찾았다. 영화 브로커는 베이비박스에 두고 간 아이를 통해 가족의 소중함을 깨닫게 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태어나줘서 고마워” 극 중 미혼모인 소영이 자신의 아기에게 하는 말이다. 이 대사는 이종락 목사의 저서인 ‘고마워, 내게와줘서’를 인용한 대사다. 이종락 목사가 본 영화 ‘브로커’는 어땠을까.

“브로커에는 베이비박스가 세 개 나옵니다. 하나는 영화의 소재인 ‘베이비박스’, 또 하나는 서로 다른 사람들이 만나 가족공동체가 되는 매개체인 ‘봉고차’, 마지막 하나는 이들이 모여 만든 ‘가족공동체’입니다. 모두 아기를 지키기 위한 베이비박스죠.”

“영화 브로커는 생명을 존중하고 생명을 사랑하고 그 과정에서 가족을 형성하는 내용의 영화에요. 특히 미혼모인 소영이 ‘아이를 낳기 전에 죽이는 게 낳고 나서 버리는 것보다 죄가 가볍냐’고 형사에게 반문하는 장면에서 마음이 뭉클했습니다. 어떻게 태어난 생명인데. 또 마지막 장면을 보시면 봉고차 안에 걸린 ‘가족’ 사진이 흔들립니다. 서로 몰랐던 사람인데 또 아기를 지키기 위해 뭉쳐 가족공동체가 된 거잖아요. 이게 영화의 포인트라고 생각해요.”

베이비박스가 영아유기를 조장한다는 주장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는지 의견을 물어봤다.

“길거리에 죽어가는 사람이 있으면 119에 전화해 병원으로 보내죠. 물에 빠진 사람을 보고 구하면 상을 줘요. 리어카를 끌고 가는 할머니를 돕고 경찰은 곤경에 처한 국민들을 돕습니다. 13년 동안 아기들을 살리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생명을 살리는 일이 왜 불법이고 질타받아야 할 일인가요. 생명이 왔다갔다하는 이 장소를 유기를 조장하는 장소, 불법으로 볼 순 없습니다.”

“아직도 자신의 딸과 아들임에도 미혼모, 미혼부를 집안 망신이라며 외면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아이를 낳고 지키는 것은 위대한 일입니다. 이들을 지킬 수 있는 나라가 되어야 해요. 모든 생명이 축복받고, 그래서 아이들이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는 길을 만들어주는 그런 사회가 되어야 합니다.”


박수연 기자(dduni55@womentimes.co.kr)

출처 : 우먼즈타임즈

원문 : http://www.womentimes.co.kr/news/articleView.html?idxno=57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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